지난주 북한산에 이어 오늘은 수리산으로 향했다.

아침 7시, 병목안시민공원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오늘의 목표는 수리산 환종주.

관모봉을 시작으로 태을봉, 슬기봉, 수암봉까지. 수리산의 네 개 봉우리를 모두 지나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오는 약 11km의 코스다.

네 개의 봉우리를 넘고 돌아온 하루, 수리산 환종주

이번 산행은 유튜브에서 산행 영상을 보고 처음 도전하게 됐다. 영상에서는 중급 코스라고 소개했지만, 막상 직접 걸어보니 내 생각에는 중급 이상의 난이도가 아닐까 싶다.

네 개의 봉우리를 넘고 돌아온 하루, 수리산 환종주

봉우리 하나를 넘으면 또 다른 오르막이 기다리고, 오르막을 오르면 다시 내리막이 이어진다. 생각보다 체력 소모가 상당했다.

그런데 산행을 하면서 뜻밖에 마음에 남는 장면이 있었다.

관모봉 정상
관모봉 정상

산길에서 반대편으로 걸어오는 사람들과 마주칠 때면 서로 모르는 사이인데도 자연스럽게 "수고하십니다!",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나눈다.

태을봉
태을봉

짧은 한마디지만 참 기분이 좋다. 서로 이름도 모르고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지만, 같은 산길을 걷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응원과 격려를 주고받는다.

네 개의 봉우리를 넘고 돌아온 하루, 수리산 환종주

평소 일상에서는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정겨움이다. 산에서는 처음 만나는 사람도 잠시나마 함께 걷는 동행자가 되는 것 같다.

관모봉을 지나 태을봉, 슬기봉을 거쳐 마지막 수암봉까지.

네 개의 봉우리를 모두 밟고 나니 묘한 뿌듯함이 밀려온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지만, 스스로 정한 목표를 해냈다는 사실만으로 기분이 최고다.

네 개의 봉우리를 넘고 돌아온 하루, 수리산 환종주

물론 몸은 솔직하다.

11km를 걷고 나니 무릎, 이른바 도가니가 시큰거리고 다리에 힘도 쭉 빠진다. 산을 오를 때는 괜찮았는데 내려오고 나니 그동안 쌓인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듯하다.

순두부 전골
순두부 전골

산행을 마치고 먹는 점심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따뜻한 순두부 전골 한 그릇으로 허기를 달래고 나니 어느새 오후 2시가 넘었다.

생각해 보니 산행은 참 단순하다. 한 걸음씩 걷고, 힘들면 잠시 쉬고, 다시 걷는다. 그렇게 걷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도착하고, 결국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온다.

네 개의 봉우리를 넘고 돌아온 하루, 수리산 환종주

오늘 수리산 산행을 마치면서 새로운 목표도 하나 생겼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우리나라 전국 100대 명산을 하나씩 찾아다녀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명한 산의 정상에 오르는 것도 좋지만, 그곳까지 가는 길에서 만나는 풍경과 사람들, 그리고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 더 소중할지도 모르겠다.

네 개의 봉우리를 넘고 돌아온 하루, 수리산 환종주

일상도 어쩌면 산행과 비슷하지 않을까.

조금 힘들어도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생각했던 곳에 도착해 있을지 모른다.

오늘도 산이 좋은 이유를 하나 더 찾았다.

네 개의 봉우리, 11km의 발걸음. 몸은 조금 힘들지만 마음은 더없이 가벼운 하루였다.

다음 산행은 또 어디로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