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e음은 어떻게 시민의 일상이 됐나…지역화폐에서 디지털 플랫폼으로

변주영 대표, 전자지역화폐의 탄생과 운영 경험 기록…지속 가능한 지역경제 정책 방향 제시

지역화폐가 일회성 소비 지원 수단을 넘어 시민의 일상에 정착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인천의 전자지역화폐 ‘인천e음’의 도입과 운영 과정을 다룬 신간이 이 질문을 던진다.

변주영 인천글로벌캠퍼스운영재단 대표이사가 집필한 『THE 2,800,000명-인천e음, 세계 최초의 전자지역화폐 성공기』는 지역화폐 정책의 기획부터 실행, 운영 과정에서의 시행착오와 향후 발전 방향까지를 다룬 책이다. 도서출판 행복에너지가 출간하며, 총 264페이지로 구성됐다.

책 제목의 280만명은 인천e음 가입자 수를 의미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숫자를 단순한 가입 실적이 아니라 시민들이 실제 생활에서 정책을 이용하고, 하나의 행정 사업이 일상적인 제도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로 설명한다.

변주영 인천글로벌캠퍼스운영재단 대표이사
변주영 인천글로벌캠퍼스운영재단 대표이사

종이상품권의 한계를 넘어 전자화폐 플랫폼으로

책은 인천e음의 출발 배경으로 지역 내 소비가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는 문제와 기존 종이형 지역화폐의 한계를 짚는다.

저자는 종이상품권의 높은 발행 비용과 사용상의 불편, 거래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운 점 등을 문제로 보고 모바일 앱과 IC카드를 결합한 전자지역화폐 체계를 추진했다. 지역화폐를 단순한 상품권이 아니라 시민과 소상공인, 행정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설계했다는 것이 책에서 강조하는 핵심이다.

책에 따르면 인천e음은 시민의 이용 편의와 혜택, 소상공인의 실익, 행정 데이터 확보를 주요 방향으로 삼았다. 지역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결제 수단에 혜택을 결합하고, 이를 일상적인 소비 활동과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접근은 지역화폐 정책을 평가할 때 발행 규모뿐 아니라 사용 편의성과 가맹점 참여, 정책 운영의 지속성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서로e음 운영 경험에서 찾은 정책의 조건

책의 두 번째 장은 인천 서구에서 추진한 지역화폐 ‘서로e음’의 운영 경험을 다룬다. 저자는 서구 부구청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의 정책 추진 과정과 지역 현장의 참여, 가맹점 확대, 홍보 활동 등을 주요 내용으로 소개한다.

특히 지역매니저 정책과 혜택플러스 가맹점, 지역 주민과 홍보 참여자들의 역할을 별도 항목으로 다뤘다. 지역화폐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행정기관의 제도 설계만으로는 부족하며, 시민과 상인이 실제로 참여할 수 있는 운영 체계가 중요하다는 관점이다.

책은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의 성패를 결정하는 요소로 집단지성, 협력적 거버넌스, 리더십 등을 제시한다. 정책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담당자와 행정 환경이 바뀌더라도 제도가 유지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캐시백 정책과 재정 지속 가능성

인천e음의 운영 구조에서 또 다른 핵심은 캐시백이다. 책은 상품권을 구매할 때 미리 할인하는 방식과 달리, 결제 후 포인트를 적립하는 방식이 재소비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한다.

이와 함께 캐시백 정책의 경제적 효과와 재정 지속 가능성을 별도 주제로 다룬다. 이용자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동시에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하고, 정책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과제라는 의미다.

지역화폐의 성과를 단순히 이용자 수나 결제 규모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실제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과 소상공인의 실익, 정책에 투입되는 비용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책이 재정 지속 가능성을 주요 주제로 다룬 것도 이러한 문제와 맞닿아 있다.

예산중립형 마일리지와 AI 정책 플랫폼 구상

책 후반부에서는 인천e음의 미래 발전 방향을 제안한다. 대표적인 내용은 예산중립형 마일리지 제도와 결제 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AI) 기반 정책 플랫폼이다.

예산중립형 마일리지 제도는 새로운 재정 투입을 최소화하면서 시민의 참여와 소비 활동을 유도하는 운영 모델을 모색하는 내용이다. 책은 제도의 설계 원칙과 시민 행동 변화, 민간 참여의 동기 구조 등을 다룬다.

또한 인천e음을 결제카드에서 도시의 다양한 정책과 서비스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는 구상도 제시한다. 데이터 활용을 비롯해 민간 플랫폼과의 연계, 디지털 복지 인프라, 교육·문화·청년 정책과의 연결, AI 정책 플랫폼으로의 확장 등이 주요 주제다.

다만 이러한 내용은 저자가 제시하는 정책 제안과 발전 구상이다. 실제 제도 도입이나 운영 성과와는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데이터 기반 정책 플랫폼으로 발전하려면 개인정보 보호와 정보 보안, 운영 체계, 법·제도적 기반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정책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 더 큰 과제

『THE 2,800,000명』은 지역화폐의 성과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의 정책이 시민의 생활 속에 자리 잡고 지속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돌아본다.

저자는 인천시에서 지역경제와 투자유치, 일자리 정책 등을 담당했으며, 인천e음과 지역공동체의 관계를 연구해 왔다. 인하대학교 대학원에서 전자지역화폐 플랫폼이 지역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도시계획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경험도 책의 바탕이 됐다.

지역화폐의 향후 과제는 이용 규모를 확대하는 데만 있지 않다. 시민에게 제공되는 혜택과 소상공인의 실익을 유지하면서 재정 부담을 관리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를 지속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운영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자결제 기술을 기반으로 출발한 지역화폐가 지역경제와 행정 서비스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확장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시민의 참여와 신뢰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가 앞으로 살펴봐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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